둘의 삶

잡다한 일기...웨딩홀 투어와 청약 실패

칠치리 2016. 6. 9. 17:45

# 웨딩홀 투어, 결국 우리의 식장은

식장은 나인트리컨벤션, 아펠가모, 메이필드호텔, 리버사이드호텔, 파티오나인, 파티움, 더라빌 까지 둘러봤다가 나인트리컨벤션으로 확정했지만 아쉬움이 남아 그 다음날 그랜드앰배서더호텔, 엘타워까지 상담을 받았다. 결국에는 엘타워로 확정.

그 다음날에는 여친이 역삼에 약속이 있어 아모리스를 잠깐 들렀는데 가격 대비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나보다. 앰배서더와 엘타워 중 또한번 치열하게 고민하다 엘타워로 확정.

식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건 예식장 참 많고 결혼도 많이 한다는 것. 그리고 어찌 하나같이 부족한 요소(교통, 역과의 거리, 건물 외관, 주차, 식 시간 간격, 음식, 분위기, 비용 등)들이 있는지 신기할 정도. 다시 말하면 꼭 한두개 때문에 포기하게 되더라는. 강남권 대부분이 그랬다. 리츠칼튼, 팰리스, 채플앳청담도 우리가 생각하는 단점이 있어 패스.

앰배서더는 사회 초년생 기업 홍보실에 있던 시절에 기자 결혼식으로 처음 가봤다. 흐릿하지만 멋졌다는 기억은 남았고, 당시 나도 나중에는 이런 곳에서 해야겠다,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게 떠오른다. 내가 이곳에서 결혼을 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일었던 곳. 인연은 안돼서 아쉽다. 사실 나는 엠배서더를 밀어 부쳤는데, 그 이유는 강북(난 복잡한 강남보단 강북), 단독 홀, 편리하고 넉넉한 주차장, 숙박권, 1주년 식사권 등 서비스 등 때문이었다.

예비 장모님은 주말에 엠배서더, 나인트리, 더라빌 등을 둘러보셨다. 갑자기 더라빌은 뭐냐. 내가 보기엔 좀 올드해(전 웨딩의 전당) 보이는데(리모델링을 했는데도 이상한 구조와 다소 올드한 분위기) 한식이 맛있다며 은근 하고 싶어 하신다. 음식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는 어쩔. 그렇다고 가격도 싸지도 않더구만. 여친 부모님이 손님들 밥을 강조하시는게 이해는 가면서도 우리 결혼식에 너무 손님들 위주로만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급 서운함이 밀려오네...잠시 눈물 좀 닦고.

무튼 나는 여친과 예비 장모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나의 역할은 같이 알아봐주고 같이 돌아봐주고 이정도면 할만큼 다 한 듯 하다.

엘타워로 결정한 이유도 여친이 원해서였다. 사실 엠배서더 신부대기실은 정말 별로. 내부 홀 앞, 중간 천장 높이는 괜찮았는데, 뒤쪽 천장이 낮다 보니 그것도 좀 답답해 보였다.

외부 로비도 기둥 때문에 답답해 보여 그것도 좀 그렇고. 그러다 보니 다른게 만족스러워도 마냥 내가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래서 비슷한 가격대에서 엘타워로 선택.

더 이상은 못 하겠다. 이제 견적서만 봐도 거부감이 든다는. 뷁.

 

 

-광화문 나이트리컨벤션, 박람회 때 구경갔다 찍은 사진-

# 쓴맛을 보다, 청약 실패

뭐 하나 쉬운게 없구만. 산 넘어 산이다. 오늘 청약 결과가 발표났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가점에서 기대도 안했지만 경쟁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내심 기대 하고 있었는데. 너와 나는 운명이 아닌걸로. 왜 헤어지지 못하고 자꾸 돌아보게 되는지. 새벽에도 조회해보고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와서도 조회를 했다. 나쁜쉐리 이젠 쿨하게 보내주마.

사실 청약 할 당시에 고민을 많이했다. 당장에는 좋아 보이는게 많지 않지만 개발 호재도 예상되고(사실 확인을 위해 서울시에도 전화해보는 열정) 내집 마련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마감 30분 전에 질렀다. 청약 전날은 여친과 공사 부지도 둘러보고 왔는데. 좋은 경험으로 남겠지. 그날도 신기하긴 했다. 누군가와 같이 미래의 내 집을 둘러보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게.

조만간 다른 곳에 넣어볼 생각. 중소형에 분양수가 300가구도 안돼서 이것도 반포기 상태이다.

공급과잉이라는 기사에 앞날이 걱정도 되고 굳이 청약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일단 분양하는 곳은 부지런히 알아봐야겠다.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내 나름의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

서울 역세권은 집값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개발 호재가 없는 곳은 사지 않는다, 죽을 때 까지 고민만 할 것이냐 일단 지르고 좋은 집에서 살면서 빚도 갚고 돈도 모은다, 도심보다는 하천과 어느정도의 녹음이 있는 곳으로 한다, 미래 가치를 생각하고 나중에 팔 생각도 한다 등등...참 많구나. 정답은 없다. 내 소신대로 밀어부치는 것 뿐.

그러면서도 고민은 무한 반복된다. 금액적인 면에서 너무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겠지. 과거에는 집과 부동산에 미련을 두지 않고 좀 더 내 삶에 집중하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었건만, 살다 보니 내 집이 없이는 기반이 불안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그 집을 사려는데 무턱대고 아무데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것 저것 고려하다 보면 고민이 끝도 없다.

집과 부동산에 욕심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깨닫고 있는 중.

 

# 31년 더하기 35년 = 66년의 삶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인생관과 그동안 지켜왔던 룰이 조금은 깨지는 듯 하다. 사실 별 것도 없다. 그저 상상해왔던 이상.

혼자만 살아와서 그런 무모한 비현실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반드시 내가 생각한대로 그렇게 살아야지 라는 꽉 막힌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가깝게 살지 않겠나 싶었는데.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그만큼 쉽지 않다. 31년의 인생이 내게 온다는 것 그리고 35년의 인생을 받아들인다는 것 이 모든 게 상처와 짐이 되지 않기를. 온전히 하나가 돼 66년의 삶이 되기를 바랄 뿐.

얼마전 또 오해영에서 에릭 아버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라지는 걸 인정하면 엄한 데 힘주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힘주고 살지 말자 하면서도 그렇게 안되는 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 요즘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나날이다.

내 뒤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35년간 모아둔 짐으로 가득 찬 창고를 다 비워내고 다시금 꼭 필요한 것들로만 차곡차곡 정리하며 쌓아 가는 심정으로.

 

 

-웨딩홀 투어하면서 먹었던 음식들, 동대 순대국집과 신사 스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