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삶

묵시적 갱신 중 '중개수수료'는 누가 내는가

칠치리 2016. 10. 13. 17:50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을 만났다. 예상치 못한. 그래서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사람은 역시나 많이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많이 겪어봐야 한다는 것을.

 

한살이라도 어릴 때 당해,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당한 스트레스임은 틀림없다.

 

내 상황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자면, 10월 말에 집을 내놓기 위해 9월이 되자마자 집주인한테 얘기를 하고 부동산에 방은 내놓았다.

 

그러던 어느날 부동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집이 인수됐다는 거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의 60% 정도의 지분이 있는 아주머니가 1층에 살면서 건물 관리까지 맡고 있는데, 그 분이 인수하셨다는 것. 몇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얼굴 조차 기억이 안나는 그런 분이다.

 

관리도 제대로 안하면서 월 5만원씩 챙겨가는 꼴이 매우 불쾌했는데, 전 집 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받지 않아(묵시적 갱신) 싸게 살고 있으니 저 정도는 이해하자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인수 당시 10월 말에 나가는 걸로 얘기가 됐다는 걸 부동산 통해서 재차 확인을 했음에도 이 아줌마 문자로 11월 중순 이후에 나가라고 통보해왔다.

 

그 이후 전화로 언성 높이며 한바탕. 막무가내다. 안면몰수에 인면수심. 집주인 공포의 갑질을 처음 느껴본 순간이었다. 세입자의 서러움이란 이런 것인가.

 

일단 나는 11월 말에 결혼 사유로 10월 말에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그렇게 해줄 수 없다며 한번 해보자는 말을 내게 던졌다. 나도 욱해서 그래 한번 해보자라고 했고, 그 아주머니는 누가 손해인지 두고보자며 먼저 끊어버렸다.

 

결혼 준비에 이런 예상치 못 한 사건이 터지자, 멘붕. 머리에 뚜껑이 열리는 듯 했다.

 

그래 내 직업, 녹취나 문자 기록 같은 협박 다 집어치우고 어떻게 하면 이 무식한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골탕을 먹일 수 있을까. 한동안 모든 생각을 거기에 집중하고 검색하고 주변에 묻기를 여러번.

 

결론은 그거다. 법적으로 가면 골치아프고 피곤해지니 좋게 좋게 협의해서 나가라는 것. 그래 이게 바로 세입자, 을의 비애이구나. 그간 수많은 사람들 느꼈던 억울함이 이런거라고 생각하니 이 시대 모든 세입자들과 동질감이 생기는 듯 했다.

 

심지어 누군가로부터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한 억울함에 사회적 문란을 일으켰던 몇몇 인간들이 생각났고, 그러면 안되지만 그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그래서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1. 일단 집주인이 바뀌어도 다시 계약서는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 권리가 그대로 새로운 임대인에게 넘어간다고 한다.

 

2. 그 다음 부동산에 연락해서 중재를 요청했다. 계속 얘기해도 말이 안통하고 모르쇠로 나오니 협상할 방법이 없다. 다시 전화하거나 맞주쳤다간 대판 싸움만 할 거 같았다. 을로 인식되고 나서는 힘이 빠졌다고나 할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고 싶은 순간들.

 

3. 다행히 아저씨의 중재로 인해, 보증금을 10월 말에 돌려 받기로 했지만, 조건이 생겨났다. 중개수수료, 관리비, 공과금, 이사시 청소 깨끗히 하라는 조건. 문자를 보자마자 아저시께 전화를 걸었다.

 

4. 중개수수료라니 무슨 소리인가요. 그랬더니 법적으로 내는 거라며. 분명 저번에는 부동산 아저씨가 안내도 되는 거라고 했다. 전 집주인과 그런 얘기도 없었고. 아무튼 집주인이 바뀌면서 모든게 꼬였다. 부동산도 나보다는 그 아줌마가 큰 고객이니, 그쪽 편을 드는 거겠지. 한편으로 중개수수료를 내게 부담하는 아이디어는 부동산에서 제안을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됐다. 왕재수

 

 

여기서부터 또 고민이 시작됐다. 중개수수료를 정말 내가 내야 하는건가.

 

 

5. 그래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찾았다.

 

제6조(계약의 갱신) 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更新拒絶)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② 제1항의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개정 2009.5.8>

 

③ 2기(期)의 차임액(借賃額)에 달하도록 연체하거나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임차인에 대하여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같은 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契約解止)를 통지할 수 있다.<개정 2009.5.8>

 

②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6. 수수료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저기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조항이다. 내가 9월초에 집을 내놓았으니, 이 집주인은 11월 말까지는 보증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협상이 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초 통보, 10월 말에 나가면 2개월이니, 그 새로운 집주인은 11월까지 보증금을 안 준다면? 하지만 나는 이미 전 집주인과 10월 말로 합의를 한 상태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한테 유리하다.

 

그런데 웃기건, 부동산 아저씨는 저런 이유가 아니라 자동연장이 2년씩이고 자동 연장이 된 상태에서 다 채우지 않고 나가는 거니 세입자가 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정말 알고보면 부동산 사장님들도 이런 법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모르신다. 거짓말도 많이 하시는 듯.

 

 

7. 어느 글에서는 아래와 같이 언급됐다.

 

"법원 판례및 국토교통부 및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중개수수료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주인이 내야 됩니다.

 

다만 세입자가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사하면서 주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세입자는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합니다. 주인에게 발생하는 손해와 중개수수료를 상계하는 것이 일반적 입니다.

 

또 다른 글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묵시적 갱신 중이라면 세입자가 언제 이사를 가든 상관없이 부동산 수수료는 집주인과 그 다음 세입자가 내야 한다. 3개월 이내라면 그래도 임대인이 내는 것이 판례이다.

 

 

8. 좀더 확실히 하기 위해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국토부에도 온라인 상담을 해봤다. 그랬더니 임대인이 내는 게 맞다고 그런다. 이건 뭐 알아볼수록 열 받는 상황.

 

 

-기존 임대인과 중개수수료 지급에 대한 언급 없이 10월에 합의해지를 하였기에 합의 내용 대로 10월말에 계약이 종료가 되며 중개수수료 지급의무는 없습니다.

 

-중개수수료는 개업공인중개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양 당사자(임대인,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계약에 대한 중개수수료는 현재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중에 해지통보 후 3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라고 한다면 지방법원 판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중개수수료 부담에 관해 특별한 약정이 없었다면, 임대차 잔여기간 3개월을 남기고 해지시 어느 정도 계약기간을 채운 걸로 보아 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부담하라는 판례가 있습니다.1998.7.1 선고98나 55316판결)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https://cb-counsel.seoul.go.kr:444/rentprice/rentpriceOnline.do

 

 

 

 

9. 이것 저것 살펴본 결과 전월세 이쪽 분야는 법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결론. 슬프고 억울하지만, 본인 상황에 맞게 잘 협의해서 끝내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임차인과 임대인이 반반을 낸다던가. 정 상황이 급하면 임차인이 낸다던가. 돌려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내용증명, 소송 등을 진행해서 혼쭐을 내줘야 한다.

 

10. 또한 뭐든 흔적을 남겨 놓아야 한다. 문자든 내용증명이든. 실상 내용증명은 관계상 힘드니, 문자나 전화통화 녹취 등으로 반드시 남겨야 한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나의 경우, 10월 말에 나가야 하니 중개수수료 반반하자고 협의해볼 예정...이었으나, 무식해서 말이 통하지 않은 집주인을 봤을 때 그냥 주고 나오는 게 나을 듯 싶다.

 

빨리 빠지는 게 답이라는 생각.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하이고 억울해라.

 

 

 

<참고자료>

 

전세 계약 시 꼭 알아야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상식 5가지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243673&memberNo=23157417&vType=VERTICAL

 

똑똑한 전세살이 가이드-2(주택임대차 재계약시 알아야 할 것)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581&contents_id=116023

 

똑똑한 전세살이 가이드-1(전월세 분쟁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자)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581&contents_id=114136&series_id=5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