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프로젝트를 하나 끝냈다. 열심히 달려온 뒤에 오는 공허함.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뿌듯하기도 하다.
사실 정말 하기 싫었다. 왜 나만, 이 많은 사람 중에 왜 나여야 하는가 라는 계속된 질문에서 속이 곪아 터졌다.
적절한 보상과 평가는 보장돼 있지 않아 보이는데 단지 인정 받기 위해서, 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주위의 위로는 통하지 않는다. 순진한 나이가 아니다.
응팔이 생각났다. 보면서 질질 짜기도 하고 박장대소 하며 웃기도 하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지만 응팔은 주말을 기다리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져도 돼"
택이가 대회를 앞두고 있을때 정팔이 덕선이가 해주던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내 얼었던 마음도 녹아 내렸다. 짧은 한마디이지만 저보다 많은 의미를 가진 말이 있을까.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안 될 경우 상처나 트라우마가 될 거 같아 겁이 나기도 했다. 혼자서 그런 부담을 짐어질 필요는 없었는데도 말이다.
살면서 수많은 일이 있을텐데 이거 하나 지는 게 뭐 어때서. 오히려 젊을 때 넘어지는 게 낫지.
나의 자신감은 겁과도 비례한다. 자신감이 높을 때 한편으로 그만큼 겁도 난다. 그럴 때 마다 떠올려 본다. 인생 뭐 별거 있나 아둥바둥 살아서 뭐해. 할만큼 했어
"져도 돼, 져도 돼"
욕심과 부담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머리도 몸도 가벼워지겠지. 그 말을 들은 택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가 택이라도 된 듯 눈물이 글썽였던 걸 생각하니. 나도 그런 위로가 필요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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