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추차를 참 좋아한다. 어릴 때 엄마가 몸보양을 위해 해줬던 대추물이 인사동 찻집에서는 대추차로 판매되고 있다. 어느 인사동 찻집을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끔 커피에 질려 대추차를 마시는데 와이프도 한번 맛 본 뒤로 좋아하게 돼 찻집을 가면 둘이 같이 대추차를 시킨다.
회사 근처가 인사동이라 그날도 오랜만에 바람 쐴 겸 조선김밥에 가서 저녁을 먹고 대추차를 마시기로 했다.
경인미술관에 가서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미술관 수리로 인해 봄에 개장한다고 하니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고 다른 새로운 곳을 찾아볼까 싶어 지나치다 우연히 본 지대방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밖에서 본 지대방은 분위기를 알 수가 없어 2층으로 올라와 문 사이로 살짝 들여다 봤더니 옛 푸근하고 정감있는 찻집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래서 바로 과감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옛 인사동 찻집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가치 있는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면 늘 기분이 좋다. 바로 대추차를 시켰고 맛을 봤더니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와이프도 좋다고 하니 굿굿!
지대방 일기라고 적혀 있는 옛 서적처럼 보이는 책은 요즘식으로 말하면 메모장이다. 낙서장 같은? 구경하고 직접 작성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
전반적인 분위기가 참 좋다. 요즘 인사동이나 삼청동 부근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슬프다. 옛 색깔이 사라지고 화장품 가게와 커피 프랜차이즈점들이 들어서는 걸 보면, 이 지역 상권도 곧 망하겠구나 싶다.
젠트리피케이션, 언제나 사라지게 될까. 꼭 상권이 망해야만 깨달음을 얻으려나.
방치하는 종로구청도 참 한심할 뿐이다. 지역 활성화는 곧 그곳 만의 색깔을 지키는 것인데.
어쨌든 너무 반가운 곳을 만났다. 인사동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찻집이라고 문 앞에 써둔게 이해가 갔다.
다음에도 또 와야지. 나만 알고 싶은 곳 지대방.
하지만 이런 곳이 진정한 인사동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사동을 체험하는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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