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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아이슬란드 여행기

#23. 최고의 라면을 맛보다! 아이슬란드 동부 피요르드

by 칠치리 2016. 1. 22.

회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출발, 달리다 보니 동부 피요르드가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동부 피요로드 도로는 아슬슬했다. 정말 떨어지면 죽겠다 싶은 곳은 도로 옆 펜스가 있었지만, 부상? 정도로 보이는 도로에는 따로 보호 장치가 없었다. 차 안에서도 살짝 긴장감이 돈다.

 

산맥을 따라 굴곡이 다소 심한 도로. 겨울이면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맥을 보니 정말 빙하가 쓸고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얼마나 크고 강한 빙하였으면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산에 상처를 남겼을까. 빙하가 지나간 흔적은 멀리서 보면 거의 직선으로 또렷하게 보인다.

 

우리는 배가 무척이나 고팠고, 식량도 많이 남았기에 무언가를 해먹을만한 적당한 자리를 찾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아니 지금 상태로는 어디서든 내려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셋이라 의견 조율. 더 가보자 라는 결론, 다 내 마음 같지가 않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니 거짓말 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쉬어가는 곳 처럼 보였는데, 다행이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잘 됐다 싶어 바로 차를 그쪽에 댔다. 참고로 표지판에 테이블 모양과 나무가 있으면 잠시 쉬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에서 코펠과 냄비, 라면을 꺼내고, 식수로 사두었고 물을 부어 라면을 끓였다. 코펠의 화력이 세지 않아 우리는 온 몸으로 바람을 막았다. 그래도 부족해 그릇과 주변에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바람막이로 이용했다. 빨리 끓어라. 그때는 시간이 왜그리도 안가던지.

 

시간이 흐르자 물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살짝 덜 익었지만 입으로 마구 넣었다. 정말 꿀맛. 피요르드와 바다를 보면서 먹는 라면의 맛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 할 것이다.

 

자리가 너무 좋았다. 구글 맵으로 찾아봤지만 정확한 위치가 기억이 안 난다.

 

 

 

 

 

 

혹시나 회픈에서 피요르드로 가는 분이 있다면 왼쪽을 주시하시라.

 

그러면 이 좋은 자리를 발견할 수가 있다.

 

 

 

아이슬란드가 보여주는 매력은 늘 이런식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도 모르게 찾아온다.

 

무엇을 먹든 맛이 없을 수가 없지. 라면 국물이 조금 남았지만, 순수함으로 무장한 이 땅에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죄 짓는 기분이랄까. 그래 차라리 우리가 희생하자.

 

그러곤 우리는 눈을 찔끔 감은체 호로록 나눠 마셨다.

 

짜지만 물을 마시면 괜찮아 라며 위로도 하고. 적어도 죄책감은 없으니, 그걸로 만족.

 

 

 

 

물만 먹으니 짠맛이 가시지 않아 아이슬란드 요거트를 꺼냈다.

 

요놈이 기가막힌 타이밍에 나를 도와준다.

 

참고로 스퀴르(skyr)는 종류가 여러개이다. 맛도 다양하지만 요거트 형태에도 종류가 있다. 음료수 같이 묽은 요거트가 있고, 그릭 요거트 처럼 묵직한 느낌의 요거트도 있다. 둘다 정말 맛나다!

  

 

 

 

 

 

 

 

 

그렇게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했다. 설거지는 오늘 캠핑장에 가서 하는 걸로.

 

설거지 거리를 한 곳에 모아 담고,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꼬불꼬불한 길을 얼마나 더 가야할까.

 

동부 피요르드 도로를 다 돌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중간 정도에 턴해서 아이슬란드 동부 지역의 중심 도시인 에길스타디르(EGILSSTAÐIR)로 가기로 했다.

 

월터가 보드를 타던 그 길을 이제 곧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