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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아이슬란드 여행기

#24. 월터 촬영지, 신비한 세이디스 피요르드에서 캠핑!

by 칠치리 2016. 1. 26.

구불구불한 동부 피요르드 길을 지나 에이일스타디르로 향했다.

 

회픈에서 에이일스타디르로 가는 도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피요르드를 거치지 않고 첫번째 도로를 타고 가면 되고, 피요르드를 보고 싶다면 다른 도로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피요르드가 보고싶었기에 두번째 도로를 탔다.

 

동부의 최대도시 에이일스타디르는 어떤 느낌일까. 사실 그냥 지나쳐 갈 곳이었기에 관심을 두진 않았다. 늘 아쉬움이 따라다닌다. 한 곳에서 2-3일 정도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회사를 다니는 이상 꿈에 불과하겠지.

 

 

 

 

 

 

 

 

 

에이일스타디르도 그냥 지나쳐 세이디스 피요르드(Seydisfjordur)로 들어가기 위해 높은 산을 탔다. 드디어 월터가 보드를 탔던 길이 나오는 구나. 생각만으로 짜릿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에서 월터가 보드를 탔던 장면을 상상해 본다.

 

고도가 상당히 높다. 정상에 올라가니 입이 쩍 벌어진다. 저 멀리 하얀 빙하산이 보인다. Vatnajokull(바트나요쿨)로 생각되는데 여기서 보일 정도면 가시거리가 보통 40-50키로는 되는 듯 했다.

 

 

 

 

 

 

 

 

 

 

 

 

 

구름이 해를 가렸다. 날씨가 살짝 흐리다.

 

당장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은데, 한동안 맑은 날씨가 지속됐기에 오늘 이 자리에 떠 있는 구름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비 안오는게 어디야.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널찍한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월터의 길로 다가갔다. 정상을 지나 평평한 도로를 달리다 다시 슬슬 내리막길이 나오기 시작. 꺅. 이제 나오는 구나.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내리막길 도로에서 월터가 보드를 탔던 시작점을 찾기 시작했다. 도로 모양이 비슷비슷해 보여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는. 뒤에 오는 차들도 있으니 고민할 틈이 없다, 일단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요새 같았다. 새둥지 같기도 하고. 성벽으로 둘러싸고 그 안에 길과 마을을 만든 듯 한 모양새이다. 안락한 분위기, 지금껏 봤던 곳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하늘에는 회색 구름은 가득했고, 곧 비를 터뜨릴 것만 같았지만 잘 참아내고 있었다.

 

속도를 줄이고 점점 내려가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이디스 피요르드 속에 숨어 있는 마을이라. 신비스러웠다. 산에 둘러싸인 마을인데 바다와 연결돼 있고 중앙에는 호수가 있다. 아 평온하다.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는 엄청나게 큰 페리가 정박해 있었다. 바다 수심이 보통이 아니겠다 싶었다. 

 

동생 중 한 명이 이곳에서 엽서를 사서 한국에 보내겠다고 해 상점을 찾았다. 마을도 둘러볼겸 상점을 찾기 시작. 결국 엽서 파는 곳(나중에 알았지만, 마트에서 팔고 있었다)을 찾지 못했고 일단 우체국 위치만 확인했다.

 

다음 목적지는 캠핑장, 사전에 알아봤던 곳이다. 전에 비가 왔었는지 캠핑장 잔디밭이 질퍽하다. 차바퀴로 인해 패인 곳들도 있었다. 살짝 거슬리긴 했지만 우리는 일단 이곳에서 자는 것으로 결정!

 

사실 미바튼 호수 캠핑장을 갈까. 에이일스타디르를 갈까 여러 고민을 했지만, 미바튼 까지 가는 건 시간상 무리가 있고, 에이일스타디르는 일반 도시 같아서 이 곳으로 정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 캠핑장으로 결정한 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 이런 자연 속에서 잘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텐트를 치고 밥 먹을 준비를 해야했다.

 

마트를 찾았고 오늘은 고기를 먹기로 했다. 소고기는 비싸니까 돼지고기로 선택. 선홍빛 고기색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눈에 보이는 단어가 돼지인가 싶어서 구글로 번역(돼지를 아이슬란드어로)해봤더니, 아이슬란드어로 돼지가 맞았다. 이 마트에도 있을만한 건 다 있었다.

 

참고로 아이슬란드 지역에 있는 상점이나 마트 들은 빨리 닫기 때문에 영업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이동시간을 잘 확인하고 목적지에 늦겠다 싶으면 중간에 있는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수해야 한다.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 있었던 구름이 그냥 구름이 아니었던 것.

 

텐트 안으로 피신하고 우리는 음식을 만들었다. 오늘은 아이슬란드 돼지고기를 처음 먹어보는 날. 아껴뒀던 비상식량도 꺼내고 냄비 뚜껑에 고기도 구우면서 캠핑의 낭만을 만끽했다.

 

불행 중 다행인건 비가 금방 그쳤다. 여행 하면서 처음 제대로 맞아보는 비 였기에, '그래! 이래야 아이슬란드지' 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아쉬움도 남았다. 괜찮아 내일 아침은 맑을거야!

 

 

 

 

 

 

 

 

 

 

 

 

 

 

이 캠핑장은 나름 시설도 잘 돼 있다. 화장실, 샤워장 등 시설도 신식으로 갖추고 있었다. 스코가포스 시설이 조금 열악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좋은 편이다. 설거지를 하는 곳에는 테이블도 있어서 음식을 먹으면 얘기도 나눌 수 있다.

 

비가 오고 나니 쌀쌀해진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하얀 몽글몽글한 것들이 우리 머리 위로 엄습해 왔다.

 

주변을 둘러싼 산 중턱에 귀여운 햐안 띠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이곳이 아니면 보기 힘든 광경일 것 같았다. 신의 한수!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을은 하얀 안개로 덮였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저녁까지 먹고 나니 술이 땡긴다. 오늘은 맥주 캔 말고 이곳에 있는 펍을 가보기로 했다.

 

먼저 마을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면 산책을 했다. 페리 근처에도 가보고 호수도 걸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데 기분이 뭐라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마을 한바퀴를 돌고 마을 입구 쪽에 있는 KAFFI LARA라는 펍을 찾아 들어갔다. 술 외에 커피, 케익, 바베큐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이 꽤 많다. 빈 테이블이 딱 하나 남아 있길래 바로 앉았고, 우리는 로컬 맥주를 시켰다.

 

순간 여기가 아이슬란드 그리고 피요르드 안에 있는 펍이라는 게 신기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기적 같았다. 행복이란 이런거지. 이 또한 신의 한수!

 

 

<트립 어드바이저 바로가기> -> Kaffi Lara - El Grillo 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