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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아이슬란드 여행기

#26. 화성에서 만난 유럽 최대 폭포 '데티포스'

by 칠치리 2016. 1. 31.

세이디스 피요르드를 떠나 다시 산을 넘는다.

 

저 멀리 바트나요쿨이 보이고 오늘도 날씨가 좋아 기분이 한층 들떴다. 아큐레이리를 최종 목적지로 하고 우리는 먼저 데티포스를 들르기로 했다.

 

애초에 여행을 계획할 때는 링로드를 시계 방향으로 돌 생각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레이캬비크-아큐레이리 구간을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

 

그러던 중 궁금증이 생겼다. 왜 다들 아이슬란드 링로드 여행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할까. 알고보니 가장 큰 이유는 폭포. 폭포의 규모가 시계 반대 방향 순으로 커지기 때문이었다. 데티포스부터 봤다면 폭포에 대한 감흥이 점점 줄었을 것이다.

 

오늘 드디어 아이슬란드를 포함해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데티포스를 만난다. 엄청난 아우라가 우리를 얼마나 움추리게 할지 기대된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뜬금없는 풍경. 화성이 나타났다.

 

움직이는 곳 마다 극과 극을 보여주는 아이슬란드 풍경에 또 한번 놀라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차를 세웠다. 우리가 멈췄더니 지나가던 차들도 우리 차 옆에 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어디 영화에 나왔을 법한 풍경. 지구가 아닌 우주 행성이라는 표현이 걸맞겠다.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함과 흑갈색톤의 자갈, 화산 분화구 모양의 언덕들. 바로 전에 보았던 녹색빛 풍경은 어느새 기억에 사라졌다. 잠시 주변을 걷다가 사진을 몇 컷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갈길이 멀다.

 

 

 

 

 

 

 

 

 

 

 

 

 

 

달리고 달렸다. 데디포스가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오프로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 것. 이래서 자갈 보험이 필요한가 보다. 바람이 아주 심한날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앞뒤로 흙과 자갈, 먼지가 날린다. 앞차로 인해 우리차가 먼지로 덮일 정도였다. 그래도 아이슬란드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은 은근 스릴이 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위험한 도로는 아니지만, 아이슬란드의 야생적인 분위기, 곧 만날 거친 데티포스와도 조화로웠다.

 

 

 

 

 

울통불퉁한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보니 데티포스 안내 푯말이 보였다.

 

저 멀리 햇살에 물이 튀기며 빛을 반사하는 모습을 보니 점점 설레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내리자 마자 데티포스로 향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폭포수가 드디어 위엄을 드러냈다.

 

 

 

 

 

 

 

 

 

 

 

 

 

은빛의 탁한 빙하수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 수량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 지형이 낮은 쪽인가 싶었다. 근처에는 바트나요쿨 같은 빙하지역도 없는거 같은데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물을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과학적 설명 따위 필요 없었다. 경이로운 풍경, 신이 땅에서 물을 샘솟게 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데티포스 아래에는 깊은 협곡인 조쿨사르글리주푸르가 있다. 끝이 없어 보인다.

 

따사로운 햇빛과 폭포의 조합에는 항상 무지개가 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잠시 앉아서 멍하니 폭포를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가 슬쩍 손을 담궈봤다.

 

셀포스 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넉넉치 않았고, 데티포스를 보고 나니 다른 폭포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그래도 이왕 온 거 보고 가고 싶었지만, 접었다. 집중과 선택.

 

 

 

 

 

 

 

 

 

 

 

 

 

 

 

 

배가 고파 밥을 해먹기로 하고 잠시 주변을 탐색했다. 입구 쪽에 테이블이 몇 개 있는데 이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짜왕을 해먹을 생각이었기에 그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저 뒤 쪽을 보니 큰 바위들이 많았고 둘러보다 바람막이가 되어줄만한 적당한 곳을 찾았다.

 

우리는 바로 물을 끓이기 시작했고 물이 끓자마자 짜왕을 넣고 요리를 했다. 데티포스를 바라보며 먹는 짜왕 맛은 감동 그자체. 데티포스를 가는 분들은 꼭 한번 해먹어보시길!

 

우리는 설거지 거리를 따로 챙기고 먹었던 자리를 흔적도 없이 말끔히 치웠다.

 

이제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러 갈 차례. 북부 블루라군 네이처바쓰(Myvatn nature baths)로 간다. 그리고 가는 길 중간에 3곳 정도 볼만한 곳이 있다고 해 잠시 들릴 예정.

 

레이캬비크 블루라군은 중국인 등 사람이 너무 많고, 상업적이라고 해 우리는 미바튼 호수 근처에 있는 블루라곤 네이처바쓰를 선택했었다.

 

아직도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바라봤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시간만 많다면 하루종일 있고 싶었다. 아이슬란드를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곳 중에 하나였던 곳. 주변 누군가 아이슬란드를 간다면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