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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아이슬란드 여행기

#28. 아름다운 아쿠레이리 야경이 한눈에, airbnb 숙소

by 칠치리 2016. 2. 4.

네이처 바쓰에서 온천욕을 하며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아이슬란드 풍경이 절정에 다 다르는 시점은 노을 지는 풍경이라고 생각된다. 노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치유가 된다. 밤의 찬 기운과 노오란 해의 따스한 기운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주황빛 노른자를 터뜨린 듯 한 하늘, 아이슬란드의 신비스러움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아쿠레이리까지 가면 마트 문이 닫을 것 같아, 미바튼 호수 근처에 있는 마트를 들렀다. 내리자 마자 파리 떼가 급습했다.

 

이건 뭐지 싶었는데, 얼굴과 몸에 미친 듯이 달라 붙는다. 한 두마리가 아니라 의아하기 까지 했다. 차 창문 밖으로 얼굴에 망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호들갑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려서 당해보니 그들이 이해가 갔다. 재빨리 차 문을 닫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숙소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이었는데, 생고기를 팔지 않았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진공팩으로 포장된 돼지고기와 양고기를 샀고 마트에서 나오자 마자 차에 올랐다. 파리 떼를 빨리 피하고 싶었다.

 

알고보니 미바튼이라는 이름은 파리가 많은 지역이라서 붙여졌던 것.

 

 

 

 

 

아쿠레이리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미바튼 호수를 보기 위해 내렸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쪽은 다행히 파리가 없어서 잠시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미바튼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을 때 미바튼 캠핑장에서 1박을 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잤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봤는데 파리 떼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이날 우리는 세이디스 피요르드에서 캠핑한 것을 신의 한수라고 생각했다. 미바튼 캠핑장을 가보지 않았지만 마트 앞에서 겪었던 파리 떼를 생각하면 아찔 했다. 만약 미바튼 캠핑을 계획하신 분들이 있다면 사전에 잘 알아보고 갔으면 한다.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갈길이 좀 남았지만, 고다포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해가 더 지기 전에 빨리 가자. 고다포스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고스폭스도 아름다운 폭포였지만, 아름답고 웅장한 폭포를 이미 봐왔던 터라 큰 감흥은 없었다. 아마 낮에 여유있게 왔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폭포를 빠른 시간에 감상하고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장께 전화를 걸었다. 우리 몇시까지 갈테니 가서 다시 전화주겠다고. 오늘 숙소는 정말 기대가 컸기 때문에 일찍 가서 쉬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일정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이미 날은 어두워졌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하다가 처음으로 도로에서 양을 마주쳤다. 도로 옆에 서 있어서 서행 운전한 적은 있었지만 도로 중간에서 우리를 가로 막고 있는 녀석을 만난 건 처음. 가까이 다가가도 비키지 않는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슬슬 눈치를 보며 피한다.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어찌나 귀엽던지. 안녕 양아.

 

 

 

 

 

 

 

 

 

 

 

 

 

 

 

 

아쿠레이리에 가까워지니 저 멀리 반짝이는 도시가 보인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 답게 레이캬비크 이후로 본 도시 중 가장 컸다.

 

한 눈에 담을 만한 거리에서 야경을 보고 있자니 너무 이뻤다.

 

크리스마스 트리 처럼 산 모퉁이에 조명을 장식해 놓은 듯 했다. 해 지는 풍경부터 봤다면 정말 멋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쉽지만, 여행이란 이런 것. 미련은 버리자.

 

창 밖으로 멋진 도시 야경을 바라보며, 주인장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에어비앤비에 나온 주소와 달라서 한참을 헤매다가 극적으로 조우. 지도에 나온 주소는 아니었고, 그 주인장 차를 따라 다시 이동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정말 아쿠레이리 도시가 한눈에 보인다. 위치가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싶었다.

 

북유럽 감성으로 꾸며놓은 집 안을 들어갔다. 블루투스 스피커 부터 없는게 없었다. 우리는 셋이었기에 간이 침대 1개(extra bed)를 요청해 뒀었다.

 

일단 스피커를 연결하고 음악을 틀었다. 이 행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소름 돋을 정도로 행복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요리를 시작.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맥주와 함께 맛을 봤다. 생곡기가 아니라 약간 훈제한 듯 한 맛이었지만, 저녁으로는 훌륭했다.

 

 

 

 

 

 

 

 

 

 

 

 

 

 

 

여전히 창 밖으로 아쿠레이리는 빛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살았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됐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다.

 

문을 열고 맨발로 밖을 나갔다. 바람이 불고 살짝 차 기운이 돌았다. 담배를 한대 물고 도시를 바라보고 있자니,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꿈을 꾸는 듯 하다.

 

뭔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 다시 겪을 수 없어서 나에겐 무엇보다 소중하다. 내일이면 레이캬비크로 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몰려온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 또 감사.

 

살면서 행복하다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던 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지난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야경을 눈에 가득 담고 나니 마음이 풍족해졌다.

 

그리고는 아침이 되길 기다리며 간이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살짝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예정대로 고래투어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로 했다.

 

우리는 라면과 누룽지를 끓여 아침식사를 준비했고 아이슬란드 커피로 잠을 깼다.

 

 

 

 

 

 

 

 

 

 

 

 

 

 

 

 

 

아침에 바라본 아쿠레이리는 흐린 날이라 그런지 센치해 보였다.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차가운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늘 하루를 상상해 본다. 아 빨리 고래가 보고 싶어.

 

우리는 투어에 늦지 않기 위해 떠날 준비를 성급히 마쳤다.

 

오랜 시간을 머물지 못해 아쉬웠지만, 감동적인 저녁과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줄만한 영감을 얻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언제가 또 올 것이라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고 고래를 만나러 달빅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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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인장이 확인 시 답변을 보내준다.
5. 여행 떠나기 전, 연락처와 위치 등 정보를 챙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