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상추튀김은 떡볶이와 세트로 자주 먹었던 일상의 간식이었다.
집 근처에 중학교가 있었던 터라 학교 정문 앞에는 분식점들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었는데, 지나가다 냄새에 이끌려 자주 들어가서 먹곤 했었다. 여러 분식점 중 유독 내가 좋아했던 집이 있었는데 상추튀김과 떡볶이를 정말 잘하는 곳이었다.
그때만해도 분식점에 상추튀김 메뉴는 당연히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광주에만 있는 음식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먹는 음식은 팔도가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어린 나이.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는 오징어 튀김. 오징어보다 튀김옷이 많지만 간장을 살짝 찍어 상추에 쌈을 싸먹는 맛이란. 어휴. 어찌보면 평범하게 그지 없는 특색없는 것들의 조합이기도 하지만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요즘도 광주 충장로에는 상추튀김을 파는 곳이 있단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남아 있을까. 2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난 만큼 그리움도 크다.
회사가 광화문에 있어 서촌을 자주 가는데, 이날 역시 서촌으로 갈 생각이어서 간김에 저녁으로 남도분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주말 점심 때 한번 가려고 했다가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만큼은 평일 저녁이라 별로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갔다.
도착해 창문 넘어 자리가 있나 봤더니 한 두 테이블 정도가 비어있었다. 야호.
얼마만에 먹어보는 상추튀김인가. 나에게 남도분식이 가장 끌렸던 이유가 바로 상추튀김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고민없이 상추튀김과 떡볶이를 시켰다.
떡볶이가 끓고 있는 사이 싱싱한 상추튀김이 나왔다.
상추튀김을 모르는 사람들은 상추를 튀긴 것으로 아는데, 상추에 오징어 튀김을 싸먹는 것을 상추튀김이라 부른다. 일단 비주얼을 보고는 살짝 실망했다.
내 기억 속에 있던 상추튀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상추튀김이니까 맛있게 먹었다.
매콤한 오징어 떡볶이와 함께 냠냠. 배부르게 아주 잘 먹었지만, 상추튀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지라 조금의 아쉬움은 남았다.
어쨌든 남도분식은 다음에도 다시 찾기로 했다. 먹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 나중에 오면 전주식 김밥쌈도 먹어봐야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어린시절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준 것 만으로 남도분식에 감사한 날. 내 어릴적 상추튀김을 그대로 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사나 해볼까. 대박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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