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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한 솔직함

드디어 만난 성북동 누룽지 백숙

by 칠치리 2016. 1. 10.


드디어 만났다. 성북동 누룽지 백숙.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 말로만 듣던 음식이다. 전에 한번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먹지 못 한 뒤로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먹기로 결심한 오늘, 대학로에서 굿다이노를 보고 지하철을 타고 한성대입구로 이동했다.

오늘 상당히 춥다. 고민이 된다. 갈까, 말까 부터 걸어갈까, 택시, 버스로?

결국 먹기로 결심. 산책도 할겸 걸어서 가기로 했다. 참고로 둘다 걷기를 정말 좋아한다. 도보로 대략 20분 걸렸나. 한적한 성북동 길을 여유자작하게 걸어가니 곳곳에 맛집들이 눈에 띄었다. 전에 친구 결혼식 때문에 성북동에 온 적이 있었으나 급하게 왔던 터라 주변을 자세히 보진 못 했다. 이 동네 한산하니 참 좋네.



우리는 사람이 몰리는 식사 시간대를 피해 4시 반 좀 넘어서 도착했다. 탁월한 선택, 자리에 여유가 있다.

메뉴를 보다 고민없이 누룽지 백숙을 주문했다. 메밀전은 딸려 나오는 듯. 백숙에만 집중하고 싶었기에 메밀전을 빼고 가격이 착해졌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룽지 백숙이 나오기 전, 메밀전이 먼저 나왔다. 배부르면 안 되기 때문에 반쯤 먹고 남겼다. 메밀전은 고소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드디어 나온 누룽지 백숙.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백숙 위에 누룽지가 올려 나올줄 알았는데, 두개를 분리해 윗 접시에는 백숙이 아래 그릇에는 누룽지 죽이 나왔다. 백숙은 부드러웠으나 특별한 맛은 없었다. 잘 삶아진 백숙 정도.

반쯤 먹으니 배가 불러왔다.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많다. 셋(남자 2 여자 1)이나 넷(여자 4 또는 남자 1 여자 3) 정도가 적당할 듯.

배가 더 차기 전에 누룽지 죽을 꺼냈다. 찹쌀로 만든 누룽지가 아주 찰지다. 맛의 포인트는 요것이었다. 간이 안된 삼삼한 맛이어서 소금으로 간을 했다. 찹쌀 누룽지 죽은 처음 먹어보기에 색다르면서도 맛이 괜찮았다.

백숙과 죽이 남아 나머지는 포장을 했다. 둘이서 간다면 포장을 생각해 깔끔하게 먹는 걸 추천.



배가 너무 불러서 주변을 걸었다.

누룽지 백숙집에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니 성북동을 훤히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었다. 날이 풀리면 여길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걸어서 내려오는 길. 덕수교회가 이쁘게 자리잡고 있어 사진 한 장 남겨봤다.

걷기에도 부담없는 성북동 길, 날이 따땃해지면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