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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대한 솔직함

진하고 구수한 연남동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

by 칠치리 2016. 2. 12.

다음에는 미소를 먹어봐야지 하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

연남동에서 일본 라멘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이토는 몇년 전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맛이 좋아서 가끔 들리는 곳이다.

오늘은 뭐 먹지 하고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육해공. 저 중에서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육해공이라 하면 늘 돼지고기, 회, 치킨이 생각나기 때문. 오늘은 짱구를 마구 돌렸더니 갑자기 일본라멘이 떠올랐다. 가끔 가는 곳들도 요즘 바빠서 안가다 보니 한참을 고민해야 떠오른다.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을 보자마자 또 이성을 잃었다. 반숙 노른자를 살짝 터뜨리고 막 휘젓고 나니 침이 꿀꺽. 육즙 가득한 차슈를 한입 물고 나서 라면과 함께 국물을 후르르 마신다.

담백한 이 맛에 자꾸 끌리게 된다.

냉장고에 있는 콜라 사이다, 밥통에 있는 밥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난 늘 라멘만 먹고 말았지만 근처 자취하는 분들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서비스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테이블 뒤로 작은 부억이 있는데, 이 날 국물을 우려내는 중인지 모르겠으나 식당 안 습도가 왠만한 사우나 저리 가라할 정도였다. 너무 습하고 더워서 입던 옷을 다 벗었다. 가끔 공기를 빼주긴 했는데, 먹는 내내 어쩌니 찝찝하던지. 배가 고파 불만을 얘기할 틈도 없었다.

 

 

일본 라멘하니 혼자 오사카 여행했을 때가 생각난다.

벌써 1년도 지난 추억이지만, 오사카에서 먹었던 미소라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유명한 가게였는데, 맛나긴 했지만 국물이 어찌나 짜고 진하든지 꽤나 남겼다. 일본 음식은 싱거울 거라는 인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거기보다 사이토 라면에 나는 한 표를 던진다.

요즘 우리나라 유명하다는 라멘집이 오사카 라멘집보다 낫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