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미소를 먹어봐야지 하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
연남동에서 일본 라멘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이토는 몇년 전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곳인데, 맛이 좋아서 가끔 들리는 곳이다.
오늘은 뭐 먹지 하고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육해공. 저 중에서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육해공이라 하면 늘 돼지고기, 회, 치킨이 생각나기 때문. 오늘은 짱구를 마구 돌렸더니 갑자기 일본라멘이 떠올랐다. 가끔 가는 곳들도 요즘 바빠서 안가다 보니 한참을 고민해야 떠오른다.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을 보자마자 또 이성을 잃었다. 반숙 노른자를 살짝 터뜨리고 막 휘젓고 나니 침이 꿀꺽. 육즙 가득한 차슈를 한입 물고 나서 라면과 함께 국물을 후르르 마신다.
담백한 이 맛에 자꾸 끌리게 된다.
냉장고에 있는 콜라 사이다, 밥통에 있는 밥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난 늘 라멘만 먹고 말았지만 근처 자취하는 분들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서비스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테이블 뒤로 작은 부억이 있는데, 이 날 국물을 우려내는 중인지 모르겠으나 식당 안 습도가 왠만한 사우나 저리 가라할 정도였다. 너무 습하고 더워서 입던 옷을 다 벗었다. 가끔 공기를 빼주긴 했는데, 먹는 내내 어쩌니 찝찝하던지. 배가 고파 불만을 얘기할 틈도 없었다.
일본 라멘하니 혼자 오사카 여행했을 때가 생각난다.
벌써 1년도 지난 추억이지만, 오사카에서 먹었던 미소라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유명한 가게였는데, 맛나긴 했지만 국물이 어찌나 짜고 진하든지 꽤나 남겼다. 일본 음식은 싱거울 거라는 인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거기보다 사이토 라면에 나는 한 표를 던진다.
요즘 우리나라 유명하다는 라멘집이 오사카 라멘집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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