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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삶

결혼이란 (부제: 결혼 전 애송이의 호들갑)

by 칠치리 2016. 5. 3.

결혼이란 무엇일까.

 

해야겠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에 벌써 나이가 꽉 찼다. 지금의 나이는 내가 인정하는 여문 나이는 아니다. 단지 주위에서 장가 못 보내 안달이 난 그런 나이.

 

100세 인생이 열렸다. 길고 긴 인생의 여정에 스타트를 언제 끊느냐는 각자의 몫임에도 왜들 가만 못 둬 안달이 났는가.

 

그럼에도 단호하게 나만의 첫 스타트를 규정짓지 못 하는 건 아마 나 스스로도 결혼이란, 인생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인생관과 결혼관을 정립하고 싶었다.

 

회사를 버리고 결혼식 대신 세계여행을 떠나는 그런 인생, 그걸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마누라, 온전히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집중하는 그런 삶.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남들과 다를바 없이 그저 평범함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꿈꿔왔던 풍경은 푸른 들과 초원 위에 세워진 집 한채, 가축들이 뛰어놀고 매일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해주는 채소밭. 그저 나에게 욕심을 버리고 한없이 여유로움을 허락한 시간. 그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봐주는 산과 들 그리고 바다, 호수...이나라를 떠야 하나?)

 

남들과 같이 고민하고 그들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나를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삶을 동경했나보다. 스스로에게 진 거 같아서 가끔 억울하기도 하고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환경도 탓해보지만 부질없다.

 

 

 

이런 내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 스타트를 끊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옆으로 앞뒤로 팔다리를 흔들며 숨 고르기를 하면서도 잘 달릴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1등으로 골인했을 때의 설레임이 하루에도 여러번 교차한다.

 

 

 

그리고 고민해본다. 잘 산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평범할지 언정 그 속에서도 우리만의 독특한 삶을 꿈꿔야겠다. 계속해서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는 저런 허왕돼 보이는 삶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그 끊을 놓치지 않고 꼭 붙잡고 가야겠다.

 

단 한번뿐인 인생에서 오직 한번뿐인 배우자이자 내 편, 힘이 되주고 삶의 기쁨이 되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

 

잘 해낼 수 있겠지. 잘 해내야겠지.

 

 

 

2016.4, 너의 집 열쇠(뉴욕)와 나의 집 열쇠(터키). 이날 나는 너에게 노란 리본을 달아주었지.